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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정신문) 96년전 스무트-홀리법이 되살아났다(上)

관리자 2026-08-12 조회수 16

96년전 스무트-홀리법이 되살아났다(上)


한국AEO진흥협회 정운기 부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6년 7월 20일, 캐나다산 일부 상품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세 건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법적 근거는 최근 만들어진 무역법이 아니었다. 무려 96년 전 제정된 ‘1930년 관세법 제338조’였다. 미국 정부는 캐나다가 자동차·주류·유제품 분야에서 미국 상품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왔다며, 그 불이익을 상쇄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1930년 관세법은 흔히 발의자인 리드 스무트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하원의원의 이름을 따서 ‘스무트–홀리 관세법’이라고 불린다. 세계 경제사에서 보호무역의 실패를 상징하는 바로 그 법률이다. 그런 법률의 한 조항이 2026년 다시 현실의 무역분쟁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강한 역사적 상징성을 갖는다.


1930년의 미국과 2026년의 미국은 전혀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 당시에는 대공황이 시작되고 있었고, 오늘날에는 디지털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이 세계 생산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 외국의 불공정한 대우를 시정한다는 논리, 대통령의 관세권을 활용해 상대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스무트–홀리법에서 제338조까지 이어진 미국 보호무역의 흐름은 과연 역사의 단순한 반복일까. 아니면 시대에 따라 법적 수단과 전략만 달라졌을 뿐, 국가가 시장과 국경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태도가 되돌아온 것일까.



농민 보호에서 시작된 거대한 관세 장벽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처음부터 세계무역을 축소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은 아니었다. 1920년대 미국 농업은 만성적인 과잉생산과 가격 하락에 시달리고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유럽에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생산을 늘렸던 미국 농민들은 전쟁이 끝난 뒤 유럽의 농업생산이 회복되자 심각한 불황에 빠졌다.


애초 관세법 개정의 핵심 목적은 값싼 외국 농산물로부터 미국 농민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의회의 논의 과정에서 각 지역과 산업의 이해관계가 결합했다. 농업을 보호하려면 공업도 보호해야 하고, 한 지역의 산업에 관세를 올려주면 다른 지역의 산업에도 같은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제한적인 농업보호 법안은 수많은 품목의 관세를 인상하는 포괄적인 보호무역 법안으로 변질되었다.


1,000명이 넘는 경제학자들이 관세 인상에 반대하는 청원에 참여했지만,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1930년 6월 17일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 상원도 당시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한 채 법이 통과됐으며, 미국의 교역 상대국들이 법 시행 전부터 보복관세를 준비하거나 관세율을 인상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스무트–홀리법이 대공황을 일으켰다고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주가 폭락과 금융기관의 연쇄 부실, 통화량 감소, 소비와 투자의 위축은 법 제정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스무트–홀리법이 세계 각국의 보복을 촉발하고 교역을 위축시켜 대공황을 더 깊고 장기적 위기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의 본질은 관세율 자체만이 아니었다. 미국은 국내 시장을 보호하면 미국의 생산과 고용이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이 수입품에 장벽을 세우자 다른 국가도 미국산 상품에 장벽을 세웠다. 수입을 막기 위해 올린 관세가 결국 수출을 막는 관세로 되돌아온 것이다.


국가별로 보면 보호무역은 국내 산업을 위한 합리적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국가가 동시에 같은 선택을 하면 세계 전체의 교역과 생산은 감소한다.


스무트–홀리법은 이른바 ‘구성의 오류’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개별 국가에 유리해 보이는 정책이 모든 국가에 의해 채택되면 오히려 모든 국가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스무트–홀리법 안에 잠들어 있던 제338조


   2026년 다시 등장한 제338조는 1930년 관세법의 일반적인 품목별 관세율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 조항은 외국이 미국의 통상에 불리한 차별적 조치를 취할 경우,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보복적·교정적 권한이다.


현행 미국법전 제19편 제1338조에 규정된 제338조는 외국이 미국 상품의 유통·운송·재수출에 대해 부당한 부담이나 제한을 부과하거나, 관세·수수료·규제·분류·조건·금지 등의 방법으로 미국의 통상을 사실상 차별하여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선언할 수 있도록 한다. 추가 관세는 원칙적으로 종가세 50% 범위까지 부과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해당 국가의 상품 수입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단계로 확대될 가능성도 내포한다.


이 조항이 주목받는 이유는 대통령에게 상당히 넓은 판단 재량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어떤 외국의 조치가 미국 통상을 ‘차별’하는지, 그 차별이 미국에 어느 정도 불이익을 주는지, 추가 관세가 공익에 부합하는지를 대통령이 사실상 판단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제338조는 20세기 후반 미국 통상정책의 중심 수단은 아니었다. 전후 미국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세계무역기구,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다자·양자 통상 질서를 주도했다.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해서는 1974년 무역법 제301조, 국가안보 문제에는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 세이프가드에는 1974년 무역법 제201조가 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2026년 미국 정부가 캐나다산 일부 상품에 제338조를 적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정부는 캐나다의 자동차 규제, 주정부 차원의 주류 유통 제도, 유제품 공급 관리제도 등이 미국 상품을 차별한다고 판단하고, 관련 캐나다산 상품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해당 조치는 2026년 8월 19일 발효될 예정이며, 일부 에너지·광물·수산물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338조의 부활은 단순한 관세 인상 이상의 의미가 있다. 미국이 새로운 법률을 만들지 않고도 1930년의 법률에 포함된 강력한 대통령 권한을 찾아내어 현대 통상분쟁에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930년과 2026년, 무엇이 반복되고 있는가?


   첫째, 보호무역은 언제나 국내의 경제적 불안과 결합한다.

1930년에는 농산물 가격 하락과 실업, 산업 생산 감소가 관세 인상의 정치적 배경이었다. 오늘날에는 제조업 공동화, 중국의 산업적 부상, 공급망의 해외 의존, 지역 간 소득격차, 중산층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안이 보호무역을 지지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값싼 농산물과 공산품이 미국 농민과 제조업자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정부 보조금을 받은 외국 기업, 과잉생산, 강제노동, 환율정책, 환경규제의 차이, 디지털 규제 등이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불리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시대에 따라 표현은 달라졌지만, 국내의 경제적 어려움을 외국과의 불공정한 경쟁 문제로 설명한다는 점은 유사하다.


   둘째, 관세는 경제정책인 동시에 정치적 메시지다.

관세는 국내 산업을 실제로 보호하는 효과보다 훨씬 빠르게 정치적 결의를 보여줄 수 있다. 공장을 건설하거나 노동자의 기술을 재교육하고, 산업생태계를 재편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 반면 대통령은 포고문 한 장으로 관세율을 올릴 수 있다.

관세는 “정부가 외국의 불공정한 행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복잡한 산업정책이나 조세정책과 달리 국민에게 설명하기도 쉽다. 상대국의 상품에 25% 또는 50%의 관세를 부과했다는 발표는 정치적으로 즉각적인 효과를 낸다.


   셋째, 보호의 요구는 쉽게 확산된다.

스무트–홀리법은 농업보호로 출발했지만, 의회의 이해관계 조정 과정에서 수많은 산업이 관세 인상 대상에 포함되었다. 어느 한 산업이 보호받기 시작하면 다른 산업도 자신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오늘날에도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가 자동차·부품·반도체·배터리·의약품·목재·가구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 하나의 관세가 다른 산업의 원가를 높이면 그 산업은 다시 완제품에 대한 관세나 보조금을 요구한다. 보호무역은 한번 시작되면 그 자체가 새로운 보호 요구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넷째, 보복의 위험이 과소 평가된다.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자국 시장의 규모와 협상력을 강조한다. 상대국이 보복하기보다 양보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상대국 정부 역시 국내 정치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일방적인 관세에 아무런 대응하지 않으면 정부의 통상정책과 국가적 자존심이 공격받을 수 있다.

1930년대 각국이 보복관세와 수입제한에 나섰던 것처럼, 2026년의 교역 상대국도 관세·수출통제·정부조달 제한·디지털세·규제 강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오늘날의 보복은 단순히 동일한 상품에 같은 관세를 부과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핵심 광물, 에너지, 반도체 소재, 데이터, 기술 표준 등 상대국이 취약한 분야를 선별해 압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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