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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정신문) 96년전 스무트-홀리법이 되살아났다(下)

관리자 2026-08-12 조회수 15

96년전 스무트-홀리법이 되살아났다(下)


한국AEO진흥협회 정운기 부회장


 

   2026년은 1930년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첫째, 스무트–홀리법은 광범위한 품목의 기본 관세율을 입법적으로 인상한 조치였다. 반면 2026년 제338조 조치는 특정 국가의 특정 차별행위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가진 선택적 관세다.

1930년의 관세는 미국 시장 전반을 외국 상품으로부터 보호하는 성격이 강했다. 이번 제338조 발동은 상대국의 차별적 조치를 제거하거나 협상을 유도하기 위한 보복 또는 상쇄 수단이라고 미국 정부는 주장한다.


둘째, 현대의 관세는 협상 수단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

오늘날 미국은 관세를 장기간 고정된 보호 장벽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관세 부과를 예고한 뒤 상대국과 협상하고, 투자 확대·시장개방·수입 증대·안보협력 등의 양보를 얻으면 관세를 유예하거나 인하한다. 관세가 세금이라기보다 협상용 지렛대로 기능하는 것이다.


셋째, 오늘날의 세계 경제는 1930년보다 훨씬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1930년대의 무역은 주로 완성품과 원자재의 국가 간 이동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하나의 자동차나 스마트폰은 여러 국가의 부품과 소재, 소프트웨어, 물류 서비스가 결합되어 생산된다.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가 외국 기업만을 겨냥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그 물품을 중간재로 사용하는 미국 기업의 원가를 높일 수 있다.


캐나다산 자동차나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는 캐나다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미 자동차산업은 미국·캐나다·멕시코를 하나의 생산권역으로 발전시켜 왔다. 부품이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가며 조립되기 때문에 관세는 공급망 전체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보호무역은 1930년대보다 더 빠르고 복잡하게 자국 산업에 역류할 가능성이 있다.



관세는 산업을 보호하는가, 경쟁을 연기하는가?


   보호무역을 무조건 잘못된 정책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산업, 공급 중단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 외국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으로 시장 기능이 왜곡된 분야에서는 일정한 보호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반도체, 핵심 광물, 에너지, 의약품, 방위산업을 오직 단기적인 가격효율성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또한 자유무역의 이익이 사회 전체에 고르게 배분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타당하다. 값싼 수입품으로 소비자가 이익을 얻었더라도, 특정 지역의 공장 폐쇄와 실업이 장기간 방치되었다면 자유무역에 대한 정치적 반발은 필연적이다.


문제는 관세가 보호받는 산업의 경쟁력을 실제로 높이는지에 있다.


관세는 외국 상품의 가격을 올려 국내 기업에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그러나 보호받는 기간에 기술개발, 생산성 향상, 인력 양성, 설비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관세는 경쟁력을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경쟁을 미루는 정책에 그친다.


더욱이 관세는 보호 대상 산업에는 혜택을 주지만, 그 제품을 사용하는 하류 산업에는 비용을 부과한다. 철강 관세는 철강업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자동차·기계·건설업체에는 원가 상승을 가져온다. 알루미늄 관세는 제련업을 보호할 수 있지만, 음료용 캔·항공기·자동차·방위산업의 조달 비용을 높일 수 있다.


보호무역의 성패는 관세율의 높고 낮음보다 관세로 확보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명확한 구조조정 계획과 종료 조건 없이 유지되는 관세는 산업의 혁신 유인을 약화하고 소비자 부담을 고착시킬 수 있다.



제338조의 부활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


   제338조는 외국의 법률뿐 아니라 행정규제와 관행이 미국 통상을 사실상 차별하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폭넓게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을 캐나다만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


미국은 앞으로 관세율 자체뿐 아니라 인증제도, 환경규제, 보조금, 정부조달, 유통구조, 디지털 규제, 농수산물 검역, 원산지 제도 등이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운용되는지를 문제 삼을 수 있다. 제도상 내·외국 기업을 똑같이 취급하더라도 실제 시장에서 미국 기업에 불리한 결과가 발생하면 ‘사실상의 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기업은 미국의 관세정책을 단순한 세율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


미국이 어떤 법적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는지에 따라 조사절차, 적용 범위, 예외, 불복방법이 달라진다. 제301조, 제232조, 제201조, 제122조, 제338조는 모두 관세를 부과하는 수단이지만 요건과 대응 방식은 서로 다르다.


정부 역시 미국의 조치가 발표된 뒤에야 예외를 요청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이 차별로 주장할 가능성이 있는 국내 제도와 관행을 사전에 점검하고, 제도의 정당성과 비 차별성을 입증할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 상대국과의 협의에는 외교적 설명뿐 아니라 법률·통상·산업 데이터가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는 미국 시장으로 수출되는 완제품뿐 아니라 부품과 원재료의 공급망까지 분석해야 한다. 특정 국가에 대한 관세가 해당 국가에서 직접 수출되는 상품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제3국의 생산원가와 원산지 판정에까지 파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2026년 제338조 조치는 동일한 정책이 아니다. 하나는 의회가 광범위한 품목의 관세를 인상한 법률이고, 다른 하나는 그 법률안에 포함된 대외 차별 대응 조항을 대통령이 특정 국가에 적용한 조치다.



   그럼에도 두 사건을 연결하는 역사적 흐름은 분명하다.


국내 산업의 어려움은 외국의 불공정한 경쟁과 연결되고, 관세는 가장 신속하고 가시적인 해결책으로 선택된다. 한 산업에 대한 보호는 다른 산업의 보호 요구로 확산되고, 상대국의 보복은 다시 더 강한 관세를 정당화한다.


1930년의 교훈은 관세가 언제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교훈은 한 국가가 국내 문제를 외부 장벽만으로 해결하려 할 때 그 비용이 결국 자국으로 되돌아온다는 데 있다.


2026년 제338조의 부활은 보호무역의 역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당연한 질서로 받아들여졌던 시대가 저물고, 통상과 안보, 산업정책과 외교정책이 다시 하나로 결합하는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에 가깝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다만 해결되지 않은 불안과 정치적 욕구가 비슷한 선택을 다시 불러낸다. 1930년에는 농민과 제조업자를 보호한다는 이름으로 관세 장벽이 세워졌다. 2026년에는 공정무역과 경제 안보, 상호주의라는 이름으로 오래된 법률이 되살아났다.


관세는 국가의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다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세계 경제의 분열을 가속하는 벽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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